미-이란 갈등, 왜 지금인가: 호르무즈를 둘러싼 40년의 시간표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폭발과 무력 공방 중단 소식은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 아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단절된 미-이란 관계, 그 사이 반복된 제재와 협상, 좌초의 역사를 되짚어야 지금의 긴장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1979년 이란 혁명과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태는 두 나라 관계의 원점이다.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단계적으로 쌓아왔고, 이란은 이를 자국 주권에 대한 압박으로 규정해왔다. 이 구조는 지금까지도 협상 테이블의 기본 문법으로 작동한다.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JCPOA)는 양국 관계에서 드문 예외였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가로 서방이 제재를 완화하는 틀이었으나,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합의는 사실상 붕괴했다. 이때부터 이란의 동결자산 반환 문제, 제재 재개, 핵농축 재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지금 보도되는 갈등의 여러 축이 이 시점에서 갈라져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 갈등에서 지리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핵심 지점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군사적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으로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통항로로 인식돼왔다. 2019년 전후로도 유조선 피격 사건들이 있었고, 당시에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보도된 “지정 항로를 벗어난 기뢰 충돌”이라는 설명 역시, 사고인지 의도된 조치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엇갈리는 초기 단계의 정보임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된 미 중부사령관의 “호르무즈 제한 공습 중단” 권고, 이란군 대변인의 “보복도 중단” 발언은 실제 충돌 국면에서 양측이 확전을 관리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중단 선언들이 과거에도 완전한 종식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국면 전환의 계기로 소비된 전례가 있다는 점은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YTN 보도가 짚은 것처럼, 이란의 “보복작전 중단”이 실제 긴장 완화를 뜻하는지, 아니면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카드인지는 이후 며칠간의 행보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 볼 때 이 갈등의 각 사안—유조선 공격 책임 규명, 동결자금 반환 협상, 핵개발 검증 체계—은 서로 다른 실무 트랙에서 움직인다. 하나의 트랙에서 진전이 있다고 해서 다른 트랙의 긴장이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갈등을 이해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정상회담이 언급되는 시점이라면, 그것이 어느 트랙을 다루는 자리인지 확인하는 것이 보도를 읽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