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선소에서 20대 외국인 하청노동자가 구조물과 곤돌라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안전수칙이 '문서상' 존재하는 사업장과 '현장에서 지켜지는' 사업장의 차이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가전제품을 고를 때도 스펙표만 보고는 실제 성능을 알 수 없다. 소음 dB이 낮다고 적혀 있어도 실제 써보면 시끄러운 제품이 있듯,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도 서류상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번 사고는 바로 그 간극에서 벌어졌다.
먼저 원청과 하청의 안전책임 구조를 비교해보자.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은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안전조치 의무를 진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청이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과, 그 매뉴얼이 하청노동자의 실제 작업 동선에 맞게 적용되는 것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구조물과 곤돌라 사이 협착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협착 위험은 사전에 작업 공간을 점검하고 신호체계를 갖추면 상당 부분 예방 가능한 유형이다. 문제는 '매뉴얼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매뉴얼이 실제 작업 순간에 지켜졌는가'다.
둘째,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안전교육 접근성을 비교해야 한다. 조선업계는 인력난 속에서 이주노동자 비중을 빠르게 늘려왔다. 그런데 안전교육이 한국어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 이주노동자가 위험신호나 작업지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생긴다. 스펙표(교육 이수 여부)는 채워졌어도 체감 이해도(실제 위험 인지 능력)는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가전제품으로 치면 사용설명서는 두툼한데 정작 사용자가 못 알아듣는 언어로 쓰인 것과 비슷하다.
셋째, 사고 후 대응 속도와 투명성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모두 '조사 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아직 정확한 경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당국의 조사가 원청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까지 포함하는지, 아니면 사고 당사자의 과실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지다. 전자로 조사가 이뤄질 때만 재발방지 대책이 실질적으로 나올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해야 할 비교 기준은 세 가지다. 안전수칙이 문서로만 존재하는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수됐는지 실제 이해로 이어졌는지, 조사가 표면적 경위 확인에 그치는지 구조적 원인까지 파고드는지.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조선업계 안전관리를 들여다봐야 비슷한 사고의 재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