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20대 외국인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채 발견된 사고는 정확한 경위가 조사 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조선업의 인력 구조와 산업안전 제도가 지난 10여 년간 밟아온 경로 자체에 있다.
조선업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하루아침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조선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숙련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업황이 회복되던 시기에는 내국인 지원자가 충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고용허가제(E-9)와 조선업 특화 비자 확대 조치였다. 정부는 2019년 이후 조선업종에 대해 외국인력 쿼터를 순차적으로 늘려왔고, 최근 수년간은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요건 완화, 조선업 특화 비자 신설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선소 생산 현장, 특히 하청·재하청 협력업체의 이주노동자 비중은 빠르게 높아졌다.
문제는 인력 공급 확대가 안전관리 체계의 정비 속도와 나란히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원청-1차 하청-2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도급 구조가 오래된 산업으로, 안전 책임의 소재가 분산되기 쉬운 구조로 지적받아왔다. 2018년 태안화력 사고, 2020년대 초반 조선소 잇단 사망 사고를 거치며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법 적용의 실효성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수준을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어 장벽으로 인한 안전교육 접근성 문제, 사업장 변경의 제약(고용허가제 특성상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 산재 신청 및 권리구제 과정에서의 정보 비대칭 등이 구조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조선업 특별감독, 위험성평가 의무화, 외국인 근로자 대상 다국어 안전교육 자료 배포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현장까지 도달하는 경로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원청이 수립한 안전관리 방침이 1차 하청, 2차 하청을 거쳐 실제 작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그리고 그 내용이 언어와 숙련도가 다른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이해되기까지 각 단계에서 누락이나 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여러 실태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사안이다.
이번 사고 역시 곤돌라와 구조물 사이 끼임이라는 사고 유형 자체는 조선소 안전관리에서 오래전부터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어 온 작업 형태다. 다만 이번 사업장의 구체적 안전수칙 준수 여부, 하청 구조상 책임 소재, 사고 직전 작업 지시 체계 등은 당국 조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사안이며,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 볼 때, 이 사안은 단일 사고의 진상규명을 넘어 조선업 인력정책과 산업안전 정책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여온 결과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인력 확보 정책이 앞서가고 안전 인프라가 뒤따라가는 구도가 반복될 경우, 유사한 사고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