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조정 vs 경찰 수사권 확대, 뭐가 더 '유지비' 싸게 먹힐까
차 바꿀 때 옵션표만 보고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하죠. 수사권 논의도 똑같습니다. '누가 더 세지느냐'가 아니라 '이 구조로 몇 년 굴렸을 때 내가 감당할 비용이 얼마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차 살 때 저는 항상 세 가지를 봅니다. 초기 가격, 유지비, 그리고 몇 년 뒤 되팔 때 잔존가치. 수사권 구조도 이 세 가지 잣대로 비교하면 논쟁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먼저 '초기 가격'에 해당하는 건 지금 당장의 명분입니다. 검찰 수사권 조정은 '한쪽에 권한이 몰려있으니 나눠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를 '사필귀정'이라 표현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반대로 경찰 수사권 확대는 그 나눠진 권한을 다시 한쪽으로 옮기는 셈이라, 명분의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두 번째, '유지비'—여기가 진짜 문제입니다. 검찰이 권한을 독점했을 때 문제는 견제 장치가 있어도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경찰 수사권 확대도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권한을 넘겨받는 쪽에 그만큼의 견제·감시 장치가 같이 딸려오느냐는 겁니다. KBS 보도처럼 검찰 수사권을 줄이고도 사안마다 특검이나 검사 파견이 계속되는 상황은, 마치 엔진을 다운사이징했는데 실제 연비는 그대로인 것과 비슷합니다. 구조를 바꿨다고 유지비가 자동으로 줄지 않는다는 신호죠. 경찰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권한만 늘리고 견제 장치가 부실하면, 겉으로는 '작은 배기량'인데 실제 운용비는 이전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잔존가치', 즉 이 구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몇 년 뒤에도 유지되느냐입니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오래 해보니 검찰은 물론 경찰 수사도 못 믿겠더라'고 언급한 대목은 이 지점을 정확히 찌릅니다. 어느 한쪽에 권한을 몰아준다고 신뢰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수청 구상에서 검사 유인책으로 무시험 채용과 급여 유지를 검토한다는 한겨레 보도도, 결국 '사람을 잘 데려와야 구조가 굴러간다'는 현실적 고민을 보여줍니다. 차로 치면 좋은 차체에 좋은 운전자가 없으면 사고율이 똑같이 올라간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논의를 비교할 때 핵심 기준은 단 하나, '권한 이동'이 아니라 '견제 이동'입니다. 권한만 옮기고 견제 장치는 그대로거나 미비하다면, 트림만 바꾼 겁니다. 소비자 입장, 아니 국민 입장에서 정말 봐야 할 건 새 구조가 실제로 오남용 비용을 줄여주는지, 그리고 몇 년 뒤에도 '이 결정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신뢰 잔존가치를 남기는지입니다. 아직 세부 견제 장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금은 성급하게 어느 한쪽이 낫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