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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역사

AI 기업의 도서 사재기 논란, 저작권 협상은 왜 지금 문제가 됐나

맥스 에디터(정책분석가)가 정리했습니다

미국 시민단체가 AI 기업의 도서 대량 구매 및 원본 폐기 관행에 반독점 조사를 촉구하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진행돼온 AI 학습데이터 확보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AI 기업들이 왜 '사재기'라는 방식을 택했는지, 그 배경이 되는 저작권 협상 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 모델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 학습된다. 초기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 위키피디아, 뉴스 기사 등이 주요 소스였지만, 모델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문학성과 전문성을 갖춘 서적 텍스트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문제는 서적 텍스트를 합법적으로 대량 확보하는 절차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출판사나 저자와 개별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작권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절판본이나 고아저작물(orphan works)의 경우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AI 기업이 택한 방법이 물리적 도서를 대량 구매한 뒤 스캔을 통해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하고, 원본은 폐기하는 방식이었다고 알려졌다.

이 방식이 저작권법상 문제가 없는지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공정 이용(fair use)' 조항이 있어 학습 목적의 이용이 예외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과, 원본을 파기하면서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배포권·복제권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 2000년대 후반 진행한 '구글 북스' 프로젝트 당시에도 대량 스캔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오랜 소송이 이어진 바 있으며, 당시에는 원본을 보존하며 스캔하는 방식이어서 이번 사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본 폐기라는 대목이 특히 논란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저작권 문제와 별개로 문화유산 보존 차원의 우려다. 절판되거나 희귀한 판본의 경우, 스캔본이 존재하더라도 물리적 원본이 사라지면 서지학적 가치나 인쇄 방식, 소장 이력 등 물성 정보가 함께 소실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둘째는 출판업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중고서적 시장에서 대량으로 도서를 흡수한 뒤 폐기하는 시장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에 미국 시민단체가 반독점 조사를 촉구한 것은 단순히 저작권 침해 여부를 넘어, 소수의 대형 AI 기업이 학습데이터 확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조사가 실제로 이뤄질지, 어떤 법적 근거로 접근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AI 학습데이터와 저작권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물리적 도서의 대량 구매 후 폐기라는 이번 사안과 같은 구체적 사례가 국내에서 확인된 바는 아직 없다. 이 사안이 앞으로 국내 저작권법 개정 논의나 AI 학습데이터 관련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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