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핵심광물 정책, '세액공제'에서 '직접투자'로 넘어온 이유
미국의 반도체·핵심광물 육성 정책은 하루아침에 나온 발상이 아니라 최소 10여 년간 누적된 공급망 위기 인식의 결과물이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수조 원 규모 투입안은 과거 세제 인센티브 중심 접근과 달리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어, 그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우려는 2020년 팬데믹 시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대만 TSMC 의존도가 확인되면서,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가 통과됐다. 이 법은 527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에 투입하는 구조였다. 핵심은 '세액공제'였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먼저 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세금에서 되돌려받는 방식이라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집행 시점이 늦춰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리스크를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핵심광물 정책은 조금 다른 경로를 밟았다. 2010년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사건, 2023년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배터리·반도체 원료의 중국 의존이 안보 문제로 격상됐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우려국가(중국 등) 소싱 제한'을 명시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을 유도했지만, 이 역시 세액공제라는 간접 유인책이었다.
최근 보도되는 배터리·핵심광물 수조 원 투입, 30억 달러 규모의 핵심광물 지원안은 이런 흐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세액공제가 기업의 투자 결정 이후에 작동하는 사후 보상이라면, 직접 투입은 정부가 사전에 자금을 배정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에 가깝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지분을 직접 취득한 사례가 논의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는 재정 회계상 '세출(지출)'과 '세입(세액공제로 인한 세수 감소)'의 성격 차이로 이어지는데, 지분투자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국회 승인과 집행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세액공제보다 절차적 통제가 촘촘해질 수 있다.
민간 부문의 대응도 이 흐름과 맞물려 있다.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대규모 투자 베팅은 정부 지원책과 별개로 움직이는 시장 논리이지만, 정부가 특정 산업에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신호는 민간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정부 주도 투자가 기존 세액공제 체계와 병행되는지, 혹은 일부를 대체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정책의 역사적 맥락은 '공급망 자립'이라는 목표 자체보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세제 인센티브에서 재정 직접 투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투자 리스크를 지고 누가 그 성과를 배분받는지에 대한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계층별·산업별 실효 부담을 따지려면 세액공제 시절의 수혜 구조와 직접투자 시대의 수혜 구조를 별도로 비교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