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핵협상, 왜 자꾸 '재개'라는 말이 붙는가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합의, 2018년 파기, 그 이후 여러 차례의 복원 시도가 반복되어 온 사안이며, 지금의 협상 소식도 이 긴 흐름 속 한 지점으로 봐야 정확하다. 배경을 알면 지금의 '근접' 보도가 갖는 무게를 가늠하기 쉬워진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국, 이란,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이른바 P5+1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과 시설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다자 협상의 산물이었고, 검증 절차와 이행 일정이 세밀하게 짜여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합의였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합의에서 미국을 일방적으로 탈퇴시켰다. 이란의 지역 내 영향력 확대와 미사일 개발을 문제로 지목하며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농축 활동을 다시 확대했다. 이 시점부터 협상의 성격이 달라졌다. 원래의 다자 틀은 실질적으로 흔들렸고, 이후의 논의는 미국과 이란 양자 간 신뢰 회복이라는 더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간접 협상이 몇 차례 시도됐지만, 제재 해제의 범위와 순서, 검증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란 내부의 정치 지형 변화, 미국 국내의 대이란 정책 논쟁, 그리고 이스라엘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의 입장까지 얽히면서 협상은 진전과 정체를 반복해왔다. 이번에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 언급되며 '근접한 합의'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런 반복된 구조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재국의 존재 자체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직접 소통 채널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사정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시장의 반응 역시 이 역사를 반영한다. 뉴욕증시가 합의 기대에 재점화되면서도 혼조세를 보였다는 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논의가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제 유가와 직결되는 이란 원유 수출 문제, 그리고 제재 완화가 실제 이행될 경우의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시장의 신중한 태도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이행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과거 JCPOA가 무너진 경험은 검증 장치와 이행 순서에 대한 신뢰가 합의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번 협상이 실제로 어떤 틀을 갖추는지, 그리고 그 틀이 이전과 달리 지속 가능한 장치를 포함하는지가 관전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