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왜 '영토 선언'이라는 말까지 나왔나 – 배경으로 읽는 긴장의 뿌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이 좁은 물길이 왜 오랫동안 국제법과 외교의 민감한 접점이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커졌다. 원유 수송로로서의 지리적 위치, 국제 해양법상의 지위, 그리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오랜 긴장 관계를 함께 놓고 봐야 이번 사안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33km 안팎의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런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이 해역은 오래전부터 강대국과 주변국 모두에게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공간이었다.
국제법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규정한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 통상적인 해석이다. 이 협약은 연안국의 영해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는 통과통항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란을 비롯한 연안국이 일정한 관할권을 갖더라도, 국제 사회 전체의 항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이 오랫동안 통용돼왔다.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이 때문에 협약의 구체적 조항을 국내법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었고, 이는 역대 행정부가 해협 항행 문제를 다룰 때마다 반복적으로 거론된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본격화됐고, 호르무즈 해협은 그 갈등이 실제로 표출되는 무대가 되어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의 유조선 공격, 2010년대 이후 반복된 이란 혁명수비대와 미 해군 함정 간의 대치, 그리고 이란이 여러 차례 언급한 '해협 봉쇄' 가능성 등은 이 해역이 단순한 물류 통로가 아니라 군사·외교적 신경전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특정 국제 해협을 '자국 영토'로 선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안이다. 지금까지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 원칙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을 뿐, 영유권 주장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발언이 실제 정책이나 외교 문서로 이어질지, 아니면 수사적 표현에 그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발언 하나하나가 단순한 외교적 수사로 끝나지 않고 국제 유가, 해상 보험료, 주변국과의 관계에 실질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해협이 가진 역사적 무게와 법적 지위를 함께 이해할 때, 이번 사안이 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지 보다 분명해진다. 앞으로 관련 발언이 실제 정책 문서나 외교 채널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사안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