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키옥시아, 6년의 지분구조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SK하이닉스가 일본 키옥시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가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지분구조에 이르렀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한 인수 소식이 아니라 2017년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부터 이어진 복잡한 계약 구조의 연장선에 있는 사안이다.
키옥시아의 전신은 도시바메모리다. 도시바는 2015년 회계부정 파문에 이어 2017년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고, 그룹 존속을 위해 알짜 사업이던 낸드플래시 부문을 분리 매각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인수 주체로 나섰고, SK하이닉스는 전략적 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참여 방식은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었다.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의식해 의결권 없는 전환사채(CB) 형태로 자금을 넣는 구조를 택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경쟁 제한 우려를 낮추면서도 향후 지분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는 절충안이었다. 실제로 이 CB는 언제든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적 지분으로 취급돼 왔고, 시장에서는 전환 시점과 조건이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변수로 지목돼 왔다.
2019년 사명을 도시바메모리에서 키옥시아로 변경한 이후에도 지분 구조상 도시바는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남아 있었다. 키옥시아는 그 사이 두 차례 이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반도체 업황 부진과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번번이 연기됐다. 상장이 지연되면서 초기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경로가 막혔고, 이는 지분 구조 재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배경이 됐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2017년 매각 당시와는 상당히 달라진 상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소수 업체 간 경쟁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반복되면서 업계 재편 압력이 누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실제 지분으로 전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자본 참여를 넘어 낸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직접 통제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같은 지분 구조 변경이 실제로 어떤 절차와 조건을 거쳐 완료될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 일본 내 외국인 투자 규제, 각국 경쟁당국의 재심사 여부, 도시바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 절차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매각 당시에도 미국과 일본, 한국의 경쟁당국 심사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던 전례가 있어, 이번 지분 변경 역시 비슷한 검토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지금의 발표 자체보다, 2017년 도시바 위기에서 출발한 지분 설계가 왜 전환사채라는 우회 경로를 택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6년이 지난 지금 왜 다시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는지를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