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감사위원 1석 다툼은 왜 여기까지 왔나
2026년 8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이사회 감사위원 1석을 두고 다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다툼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둘러싼 수년간의 갈등이 이사회 구성이라는 구체적 국면으로 옮겨온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갈등의 기원은 창업 가문인 최씨 측과 오랜 동업 관계였던 영풍 측 장씨 가문 사이의 지분·경영권 배분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가문은 수십 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시간이 지나며 지분 구조와 경영 방향에 대한 이해관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갈등은 시장의 공개적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됐다.
이 국면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이사회 내 감사위원 구성이다. 감사위원은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회사의 회계와 경영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데, 특히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통상 다른 이사들과 분리선출 방식으로 뽑히도록 하는 규정이 상장회사 표준정관과 상법 개정을 통해 강화된 바 있다. 이는 대주주의 영향력이 감사 기능까지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된 장치로,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주제이기도 하다.
고려아연 사례에서 감사위원 1석을 둘러싼 다툼이 첨예해진 것은, 이 자리가 단순히 회계 감사 권한을 넘어 이사회 내 세력 균형을 가늠하는 상징적 지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이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사회 내 다수파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대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양측 모두 이 자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감사위원이 선임될지,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이어질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이사회 결의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일정 비율로 제한되는 3% 룰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규정은 애초에 감사위원 선임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지분 구도만으로는 승패를 예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번 감사위원 1석 공방은 고려아연이라는 개별 회사의 문제를 넘어, 국내 지배구조 규제와 경영권 분쟁 사이의 시차, 그리고 그 규제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주주총회 일정과 구체적 선임 절차가 공개되면, 이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 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