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철군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2006년에도 유사한 국면이 있었고 그때마다 남겨진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번 철군이 과거와 어떤 지점에서 겹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짚어본다.
레바논 남부는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간 충돌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2000년 이스라엘은 22년간 점령했던 남부 레바논에서 일방적으로 철군했고, 당시 이스라엘이 지원하던 남레바논군(SLA)이 붕괴하면서 헤즈볼라가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 공백은 이후 2006년 34일간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전쟁 종료 시점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 1701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는 헤즈볼라 무장 해제와 리타니강 이남 지역에서의 레바논군 배치, 유엔평화유지군(UNIFIL) 확대를 골자로 했으나 실제 이행은 부분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철군 역시 유사한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철군 이후 치안 유지는 레바논군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1701호 결의의 틀을 다시 소환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다만 레바논군이 실제로 남부 전역에 대한 통제력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과거 SLA 붕괴 사례에서 보듯, 군사적 철군과 행정적·치안적 공백 해소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해왔고, 그 시차 동안 발생하는 힘의 재편이 다음 충돌의 씨앗이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한편 프레시안 보도가 언급한 미군 사망자 관련 소식은 이번 국면이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자 구도를 넘어 미국을 포함한 다자적 이해관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아직 전개 중인 사안으로, 전면전 확대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조치는 국내 정치 일정, 외부 후원국의 입장, 현지 주민들의 생계 및 거주 여건과 맞물려 진행돼왔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철군을 이해하려면 '누가 철군하는가'보다 '철군 이후 누가, 어떤 절차로 그 자리를 채우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실질적이다. 유엔 결의의 이행 여부, 레바논군의 배치 속도, 그리고 이해 당사국들의 후속 조치가 향후 몇 주간 관찰해야 할 지점이다. 과거 사례들이 보여주듯, 발표 시점의 군사적 조치와 실제 지상의 통제력 이전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시차 자체가 지역 안보 정세의 향방을 가르는 변수가 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