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리스크, 2019년·2022년 공급 차질과 무엇이 다른가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13일째 이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피해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과거 공급 충격 사례와 이번 상황을 물동량, 대체 경로, 유가 반응 세 가지 기준으로 비교하면 투자자가 지금 판단해야 할 것과 아직 판단할 수 없는 것이 구분된다.
MBC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13일째 이란 관련 공습을 진행 중이며 상업용 선박에 대한 위협이 약화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군은 호르무즈 통과 유조선 1척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2척이 회항했다고 발표했다. 두 보도 사이에는 위협 수준에 대한 평가 차이가 존재하며, 어느 쪽도 완전히 확인된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비교 기준을 세워보자. 첫째는 물동량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병목이다. 2019년 유조선 피격 사건 당시에도 이 병목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고, 실제 통과 물량 감소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사안에서도 경향신문이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호르무즈를 건드리면 교량과 발전소를 폭격하겠다는—은 봉쇄 자체보다 봉쇄 시도에 대한 억지 메시지에 가깝다. 실제 물동량 차질이 통계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2019년 사례와 유사한 '제한적 교란'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는 대체 경로 여부다. 러시아산 원유는 제재 이후 인도·중국으로 우회 판매되며 가격 할인폭으로 충격을 흡수했다. 반면 호르무즈는 물리적 우회로 자체가 없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이나 UAE의 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이 일부 대체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합산 우회 용량은 해협 통과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구조적 차이 때문에 호르무즈 관련 리스크는 발생 확률은 낮아도 발생 시 가격 반응 폭은 러시아 제재 국면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밸류에이션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는 유가 반응의 지속성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브렌트유는 단기간 급등 후 공급망 재조정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동아일보가 전한 홍해 유조선 피격과 후티의 봉쇄 위반 선박 공격 발표는 이미 별도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변수다. 즉 현재 유가에는 홍해 리스크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고, 호르무즈 리스크는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잠재 변수라는 구분이 필요하다.
경향신문의 국제칼럼이 지적하듯 이번 분쟁의 종결 시점은 불투명하다. 미 정보당국이 공습만으로 이란의 정책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MBC 보도를 감안하면, 군사적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재로선 합리적 가정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홍해발 리스크는 이미 프라이싱된 변수, 호르무즈발 리스크는 확률은 낮지만 미반영된 테일 리스크, 그리고 이란 내부 정책 변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정보당국조차 낮게 보는 변수다. 이 세 축을 하나의 '중동 리스크'로 뭉뚱그려 평가하면 밸류에이션 오류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