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미군 보복 공습이 확인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반도체 밸류체인 앞에 놓였다. 과거 두 차례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충돌이 CAPEX 집행과 메모리 사이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단기 노이즈에 그치는지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드론 공격과 2020년 솔레이마니 사살 이후 미사일 보복, 그리고 이번 미군 2명 사망에 따른 재공습. 세 사건 모두 '유가 급등 우려 → 반도체주 조정'이라는 패턴을 공유하지만, 실제 반도체 CAPEX 집행에 미친 영향은 각기 달랐다.
첫 번째 비교 기준은 유가 전가율이다. 2019년 아람코 공격 직후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약 15% 급등했으나 3주 내 원상 복귀했다. 팹 운영비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5~20% 수준이며, 이 중 원유 직접 연동분은 크지 않다. 즉 유가 스파이크가 일회성이라면 웨이퍼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번 사태도 종전 MOU 파기라는 뉴스 자체는 충격적이나, 유가가 구조적으로 재상승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재까지 보도로는 유가 급등폭이 2019년 사례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1차 판단은 '단기 변동성'에 무게가 실린다.
두 번째 기준은 물류·공급망 경로다. 반도체 장비(ASML, 램리서치 등)와 원자재(네온, 크립톤 등 특수가스) 수급 경로는 중동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대만해협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에만 원유·LNG 발 에너지 비용이 팹 가동률에 유의미하게 반영된다. 2020년 솔레이마니 사건 당시에도 호르무즈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의 분기 CAPEX 가이던스는 변경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봉쇄 여부가 핵심 분기점이며, 현재 보도 내용만으로는 이 단계까지 진행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세 번째 기준은 메모리 사이클 위치다. 2019년은 D램 다운사이클 저점 구간이었고, 2020년은 코로나發 수요 급증 직전이었다. 지정학적 충격이 사이클 전환기와 겹치면 주가 변동성이 증폭되고, 사이클 중간 국면이면 노이즈로 흡수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는 HBM 수요 확장과 범용 D램 재고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으로,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력이 2019년보다는 높고 2020년보다는 낮은 중간 지점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이란-미국 충돌을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투자 판단의 실질적 트리거는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라 (1) 브렌트유 종가 기준 2주 연속 5% 이상 추가 상승 여부, (2)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조치의 실제 시행 여부, (3) 국내외 반도체 업체의 분기 CAPEX 가이던스 수정 발표 여부 세 가지다. 이 중 하나라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지션을 조정하는 것은 과거 두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손실을 키운 패턴이었다는 점을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