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오만의 최근 회담은 갑자기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항행 안전 문제는 1980년대부터 반복되어 온 국제 해상물류의 오래된 리스크이며, 오만은 그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맡아온 이력이 있다. 이번 '남북 2개 항로' 제안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이 해협이 지닌 지리적 제약과 규제 공백의 역사를 함께 봐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구간에서 약 33km에 불과하며, 그중 선박이 실제로 통행 가능한 항로는 국제법상 영해 기준에 따라 이란과 오만 양측 수역으로 나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이 해협은 오래전부터 '병목 구간'으로 분류되어 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른바 '탱커 전쟁'을 겪으며 국제사회는 처음으로 이 해협의 항행 안전 문제를 다자 논의 테이블에 올렸고, 이후로도 크고 작은 군사적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유사한 우려가 반복됐다.
오만이 이번 회담에서 중재적 위치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만은 지리적으로 해협의 남단을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란과 서구 진영 양쪽 모두와 외교 채널을 유지해온 몇 안 되는 걸프 국가로 꼽힌다. 과거 이란 핵협상 국면에서도 오만은 물밑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는 점이 여러 외신을 통해 알려져 있다. 이번에 CNN 등이 보도한 '남북 2개 항로' 제안 역시 이러한 오만의 중재 관행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항로 좌표나 운영 주체, 시행 시점 등은 아직 공식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더 필요하다.
한편 이번 회담이 이뤄진 시점은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와 맞물려 있다. YTN과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의 호르무즈 인근 상선 공격 역량을 겨냥한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고, 이란 측은 핵 문제보다 호르무즈 문제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이 해협이 단순한 물류 통로를 넘어 군사적 억지력과 경제 제재의 접점으로 기능해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도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강화될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을 외교적 지렛대로 언급해온 전례가 있다.
정책적으로 보면, 이번 항로 협상은 규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를 비롯한 다자 기구는 특정 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할 강제력 있는 단일 규범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며, 결국 연안국 간 양자 협의가 실질적인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이 이 해협의 오랜 패턴이다. 이번 이란-오만 회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항로 합의가 실제 산업계의 리스크 완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