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왜 20년째 결론이 안 나나: 반환 합의부터 특별법까지의 절차 지도
용산공원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은 단순한 개발 방향 논쟁이 아니라, 부지 반환부터 조성 권한 배분까지 20년 넘게 쌓인 제도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최근 주택공급 이슈로 재점화된 이번 갈등을 이해하려면, 이 공원이 애초에 어떤 법적 틀 위에서 설계됐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용산공원의 출발점은 2004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 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지 이전이 실제로 마무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정부는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해 이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법적 틀을 먼저 만들어 두었다. 이 특별법은 공원 조성의 주체를 국가(국토교통부)로 명시하면서도, 실제 도시계획과 인허가 권한 상당 부분은 서울시 관할에 남겨두는 이원적 구조를 택했다. 국가상징공원이라는 위상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권한이 애초부터 한 부지 안에서 겹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 구조는 기지 반환이 지연되던 시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반환 부지가 순차적으로 실체화되면서, '무엇을 얼마나 국가공원으로 남기고, 어디까지를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현실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정부의 8·13 주택공급 대책 논의 과정에서 용산공원 부지 일부가 택지 후보로 거론되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권한 배분 문제가 전면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이번 갈등의 배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 부지에 대한 '적합성 검토'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이를 공원 훼손 가능성과 연결지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견의 핵심은 단순히 주택을 지을지 말지가 아니라, 그 결정을 누가, 어떤 법적 절차로 내릴 수 있는가에 있다. 동아일보 보도가 지적했듯 8·13 대책이 실제로 실행되려면 9개 법률 개정과 4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 문제가 정치적 의지만으로 풀리지 않는 복합적 법제 정비 사안임을 보여준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도시계획 권한이 국가공원이라는 명분 아래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상징성을 가진 부지를 지방정부 협의 없이 활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각각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주택공급이라는 시급한 정책 목표가 더해지면서, 원래 국가공원 조성이라는 단일 목적으로 설계된 특별법 체계가 다목적 용도 조정이라는 새로운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이번 갈등은 특정 인물이나 정파의 문제라기보다, 반환-조성-활용이라는 세 단계가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법적 틀로 설계된 데서 비롯된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20일로 예정된 협의에서 이견이 좁혀지더라도, 근본적인 권한 배분 문제가 법 개정 없이 해소될지는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