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벤처 생태계 살리자'며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29년 된 낡은 법 하나 때문에 수십억 투자를 눈앞에서 놓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만 짚어보자. 정부가 밀고 있는 벤처 투자 활성화 방안,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제 혜택(투자자에게 세금 깎아주는 것), 다른 하나는 규제 완화(투자 절차나 조건을 까다롭지 않게 풀어주는 것).
여기서 'BDC'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한다. Business Development Company의 약자로, 쉽게 말해 여러 벤처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전문 투자기구다. 미국에선 이미 흔한 투자 방식인데, 한국은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해놓고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단 1개뿐이다. 제도는 만들었는데 쓰는 사람이 없는 셈.
더 답답한 건 현장 사례다. 한 중소기업이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유는 다름 아닌 벤처기업법. 1997년에 만들어진 이 법의 낡은 조항들이 오히려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책 방향은 맞는데 실행 속도가 안 붙는다.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둔 제도조차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새 정책이 얼마나 빨리 효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