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생시민권 제한, 수정헌법 14조는 왜 다시 논쟁대에 올랐나
미국 정부가 학생·취업 비자 소지자의 자녀에게까지 출생시민권 제한을 검토하면서, 150여 년 전 제정된 수정헌법 14조의 해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조항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판례로 굳어졌는지를 짚어야 지금의 논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수정헌법 14조는 1868년 남북전쟁 직후 비준됐다. 노예로 태어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조항의 핵심 문구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하고, 그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였다. 여기서 '관할권에 속하는(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이라는 구절이 지금까지도 해석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 문구의 범위를 결정적으로 넓힌 것은 1898년 연방대법원의 웡킴아크 판결이다. 중국인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웡킴아크가 시민권을 인정받으면서,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미국 영토 출생 자체가 시민권 취득의 요건이 된다는 원칙이 확립됐다. 이후 100년 넘게 이 원칙은 별다른 이의 없이 유지돼 왔다.
출산관광이라는 현상이 부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항공과 비자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중국, 러시아, 일부 중남미 국가의 임신부들이 출산을 목적으로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출산 전후 몇 주만 미국에 머물다 귀국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를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이 관행은 시민권의 취지와 무관하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였던 2018년과 2020년에도 출생시민권 제한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으나, 실제 행정명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 취임 직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는 즉각 여러 주 정부와 시민단체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쟁점은 대통령이 행정명령만으로 헌법 조항의 해석 범위를 바꿀 수 있는가이다. 헌법 개정이나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 없이는 웡킴아크 판례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이번 정책이 기존 논의와 다른 지점은 대상 범위다. 과거 논쟁이 불법체류자 자녀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학생비자(F-1)나 취업비자(H-1B) 등 합법적 체류자의 자녀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오래 미국에 체류하며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까지 정책의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존 출산관광 논의와는 이해관계자의 폭이 다르다.
결국 이 사안은 단순한 이민 정책 강화를 넘어, 헌법 해석의 권한이 행정부와 사법부 중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는 절차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관련 소송의 결과에 따라 정책의 실제 적용 범위와 시행 시점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확정되지 않은 세부 사항을 두고 성급한 판단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