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가능성과 공습 재개'라는 이중적 발언은 돌발적 수사가 아니라,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체결 이후 반복되어 온 미-이란 관계의 패턴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그 배경이 되는 제도적 궤적과 이해관계자들의 위치를 짚는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그리고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이란 핵합의를 체결했다. 이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절차가 핵심 이행 장치로 설계됐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 합의가 이란의 미사일 개발이나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이후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으로 제재를 재부과했다.
이 결정 이후 이란은 합의상의 농축 상한을 단계적으로 넘어서기 시작했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도 여러 차례 고조됐다.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은 그 대표적 사례로, 이후 양국 관계는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된 상태로 이어져 왔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도 간접 협상 시도가 있었으나 구체적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언에서 주목할 지점은 '협상 결렬 시 공습 재개'라는 조건부 표현이다. 이는 새로운 군사 옵션의 등장이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1기 때부터 견지해 온 압박-협상 병행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공습이 이뤄질 경우 그 법적 근거—의회 승인 여부,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과의 관계—는 매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이번에도 그 절차적 쟁점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해관계자 구도도 복잡하다.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 로비 및 안보 강경파와, 장기전 확대를 우려하는 의회 일부 세력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해 왔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보수 강경파와, 경제 제재 완화를 원하는 실용파 사이의 균형이 협상 여지를 좌우하는 변수로 지목된다. 여기에 러시아, 중국 등 이란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의 태도, 그리고 이스라엘의 독자적 군사 행동 가능성도 협상의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할 때는 그 발언 자체의 수사적 강도보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 어떤 조건—농축 상한, 검증 방식, 제재 해제 범위—이 오르는지, 그리고 그 합의가 다시 한번 행정부 교체에 따라 뒤집힐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 합의가 국제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 형태로 체결됐다는 점은, 향후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