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 발언, 87년 체제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반복되어 왔나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과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사안은 새로운 의제가 아니라, 1987년 개헌 이후 여러 정부에서 되풀이되어 온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의 5년 단임제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만들어진 9차 개헌의 산물이다. 당시 최우선 과제는 군부 장기집권을 막는 것이었고, 그 결과 대통령 재선을 원천 차단하는 단임제가 채택됐다. 그러나 이 구조는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른바 '레임덕' 문제를 구조적으로 안고 있다는 지적이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4년 연임제 개헌을 공식 제안했으나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정부 발의 개헌안에 4년 연임제가 포함됐지만, 국회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언급한 4년 연임제 역시 이러한 논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는 기존 논의의 재소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임기 단축을 필요 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개헌 시점과 차기 대선 일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절차적 문제와 직결된다. 개헌으로 권력구조가 바뀔 경우, 새 제도를 적용받는 첫 대통령 선출 시점을 언제로 할지가 항상 쟁점이 되어 왔다. 과거에도 지방선거와 대선 주기를 일치시키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으나, 이는 임기 중인 대통령의 임기 조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지점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개헌 논의가 자칫 정부 형태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을 국회로 일부 분산하겠다는 언급 역시, 대통령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견제와 균형의 폭을 조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어느 정도 국회로 넘길 것인지는 아직 확정된 안이 나온 단계는 아니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라는 두 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역대 사례를 보면 여야 간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논의가 중단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발언이 실제 개헌 발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한 번 논의 단계에 머무를지는 앞으로 여야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임기 단축이라는 카드가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과거 논의와는 다른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