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피제, 왜 지금 도입되나 — 제도의 뿌리와 시행까지의 경로
경찰청이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을 배제하는 '상피제'를 9월 초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어디서 왔고, 왜 지금 도입 시점을 맞았는지를 짚어보면 향후 현장 적용의 쟁점도 가늠할 수 있다.
상피제라는 용어 자체는 새롭지 않다. 조선시대 관료제에서도 친족이 같은 관청에 근무하거나 연고지에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것을 제한한 상피 원칙이 존재했다. 혈연·지연 관계가 공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된 것이며, 현대 공직사회에서도 인사 배치나 감사 업무에서 유사한 회피 원칙이 관행적으로 적용돼 왔다.
다만 수사기관 내에서 '가족 사건'에 특화된 배제 규정이 별도로 명문화된 경우는 흔치 않았다. 검찰의 경우 검사윤리강령 등에서 이해충돌 회피 조항을 두고 있고, 법원도 기피·회피 제도를 통해 재판관이 특수관계에 있는 사건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 경찰 조직에서도 개별 사건 단위로 담당자를 교체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를 제도화한 전국 단위의 규정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경찰관의 친인척이 연루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해충돌 문제가 개별 사건마다 재량적으로 처리되던 방식에서, 사전에 배제 기준을 정해두는 방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제도가 현장에 도달하는 경로를 보면, 통상 이런 유형의 내부 규정은 경찰청 훈령이나 지침 개정 형태로 마련된다. 법률 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으로는 비교적 신속하게 도입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국회 심의나 외부 의견 수렴 없이 조직 내부 판단으로 결정된다는 특성도 있다. 시행 시점이 9월 초로 명시된 점을 보면, 이미 세부 지침 마련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표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의하고, 배제 여부를 누가 판단하며, 배제 후 사건을 어느 부서나 인력이 대신 맡을지에 대한 실무 기준이다. 이런 세부 사항이 훈령이나 시행 지침에 어떻게 담기는지가 실제 현장 적용의 성패를 가른다. 상위 원칙만 선언되고 세부 기준이 모호하면, 배제 대상 경찰관과 조직 양쪽에서 판단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향후 시행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