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사택' 논란, 법인 명의 주택 과세는 왜 오래된 숙제였나
2026년 8월 국세청장이 고가 법인 소유 주택의 42%가 사주 일가에 의해 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황제사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발언은 갑작스러운 것이라기보다, 법인 명의 부동산을 둘러싼 오래된 과세 사각지대 논쟁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법인이 임원이나 사주 일가에게 고가 주택을 사택 명목으로 제공하는 관행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법인이 부동산을 취득해 소유하면 개인이 직접 취득할 때보다 취득세·종부세 계산 방식과 대출 규제에서 다른 적용을 받을 수 있고, 임대료 수준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국세청은 그동안 법인이 임직원에게 사택을 제공할 때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임대료를 받으면 그 차액을 근로소득이나 상여로 보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세법에 두어왔다. 문제는 '시가'를 어떻게 산정하느냐, 그리고 실제로 이런 사례를 얼마나 촘촘히 걸러내느냐였다. 초고가 단독주택이나 고급 빌라처럼 임대 시세 비교 대상 자체가 드문 부동산의 경우, 적정 임대료 산정이 쉽지 않다는 실무적 어려움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국세청장이 언급한 '42%'라는 수치와 '최고가 200억원'이라는 사례는, 이런 사각지대가 일부 통계로 확인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비율이 전체 법인 소유 고가주택 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표본에 근거한 것인지, 전수조사 결과인지는 보도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세무조사 결과가 축적되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 맥락에서 보면,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1990년대 이후 여러 차례 강화와 완화를 거듭해 왔다. 법인세법상 업무무관 자산에 대한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규정, 그리고 부동산 임대 관련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 등이 그 예다. 이런 규정들은 법인 명의를 통한 세금 회피나 편법적 자산 이전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자산가치 평가와 사용 실태 파악이라는 두 가지 실무적 난제가 늘 뒤따랐다.
이번 발언이 실제 세무조사 강화나 법령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사주 일가가 회사 자산인 고가주택을 사실상 개인 용도로 쓰면서 세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이는 법인과 개인 간 자산 경계가 흐려질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과세 형평성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실제 부담을 지는 쪽은 정상적으로 임대료를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일반 근로자나 중소기업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특정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제 전반의 형평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앞으로 국세청이 어떤 기준으로 '황제사택'을 판별하고, 세무조사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공개될지가 이 사안의 다음 단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가 산정 기준의 명확화 여부는 실효성 있는 과세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