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선희 외무상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방러 이후 약 9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북러 고위급 교류의 빈도와 패턴을 다시 살펴볼 계기를 준다. 확인되지 않은 의제를 앞서 단정하기보다, 그간의 방러 이력과 양국 관계의 제도적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외교 라인 접촉은 2023년 이후 눈에 띄게 잦아졌다. 2023년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이어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그리고 최선희 외무상의 수차례 러시아 방문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한겨레가 지적한 대로 이번 방문이 9개월 만이라는 점은, 양국이 정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제재 국면에서 러시아가 우군을 필요로 했던 사정, 그리고 북한이 경제·군사 양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황에 근거한 해석이며, 구체적 협정 내용이나 이면 합의가 공식 확인된 사례는 제한적이다.
절차적으로 보면 북러 간 고위급 방문은 대체로 사전 실무 접촉을 거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외무성 라인의 최선희 외무상 방문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를 위한 사전 조율 성격을 띠는지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 역시 양측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는 추정의 영역에 머문다. 과거 사례에서도 실무급·고위급 방문이 정상 회담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었던 만큼, 이번 방문의 성격을 조기에 단정하기보다는 후속 발표와 회담 결과를 함께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이 시기가 한러 관계의 냉각기와 겹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겨레가 짚었듯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거리가 벌어지는 동안 북러 간 채널은 오히려 두터워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동북아 외교 지형에서 각국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와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자·인력 협력의 필요성이, 북한 입장에서는 제재 국면 속 대안적 경제·군사 파트너 확보라는 동기가 각각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결국 이번 방러를 이해하려면 단일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2023년 이후 축적돼온 북러 고위급 교류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방문의 실제 의제와 결과는 양국의 공식 발표 및 후속 동향을 통해 확인되어야 하며, 현 단계에서는 과거 패턴과의 비교를 통해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를 가늠하는 정도가 신중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