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권고가 전달된 지 두 시간,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의 사퇴서가 학교에 접수됐다. 그 사이 그가 공개적으로 남긴 말은 단 한 줄, '성역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였다. 발언과 사퇴 사이의 시차는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학문의 자유와 정부 권력의 경계는 어디인가—은 결코 짧지 않다.
이병태 교수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오랜 기간 재직하며 보수 성향의 시사 논객으로도 이름을 알려온 인물이다. 그는 이전 정부들에서도 정치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그때마다 학교 안팎의 비판에 그쳤을 뿐 자리를 내려놓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이번 경우가 이례적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퇴의 배경으로 청와대의 '권고'가 지목됐다는 사실은, 전임 시기 학내 징계나 여론 압박 수준에 머물렀던 선례들과 뚜렷이 결이 다르다. 압력의 발신지가 학교가 아니라 정부라는 점에서, 이번 사퇴는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권력관계의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개입 정당화론
5·18과 같은 국가적 상징에 대한 공적 발언은 공직·공적 지위와 무관하게 사회적 책임이 따르며, 청와대의 권고는 그 책임을 환기시킨 정당한 조치였다.
근거 —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가족이 존재하는 사안에서 공적 인물의 발언은 개인 의견을 넘어 사회적 파장을 낳기 때문이다.
학문의 자유 침해 우려론
정부 기관이 특정 교수의 거취에 직접 개입한 정황은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례다.
근거 — 권고의 배경에 정부 권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계 구성원들이 이후 자기검열에 나설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 넓게 볼지, 더 깊게 볼지 골라보세요
정부와 학계 사이의 권고·개입 관행은 이번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도 반복될 구조적 문제인가?
이병태 교수의 발언 내용 자체는 '성역화 비판'으로서 정당한 학술적 문제제기였는가, 아니면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는 발화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