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왜 40년째 반복되는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와 중동 정세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해협을 둘러싼 위협과 협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 배경에는 지리적 조건과 국제법의 공백, 반복되어 온 제재-대응의 역사가 겹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잇는 폭 약 33킬로미터의 좁은 해로로, 가장 좁은 항로는 3킬로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지역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은 오랫동안 중동 역내 갈등의 상징적 무대로 다뤄져 왔다.
이란이 이 해협을 지정학적 지렛대로 활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른바 '탱커 전쟁' 국면에서 양국은 서로의 유조선을 공격했고, 이 시기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행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도 2008년, 2011~2012년 제재 국면, 2018~2019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이후 등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란 정부나 군 인사들이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이번 발언 역시 이러한 패턴 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보면 호르무즈 해협의 법적 지위는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 국제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 대해 통과통항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란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이란은 자국 영해 내에서의 통항에 대해 별도의 국내법적 조건을 주장해 온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는 관습국제법에 근거해 통과통항권이 보장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간극은 협상과 위협이 반복되는 구조적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해관계자 구도도 단순하지 않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과 국내 정치 상황이 대외 발언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며, 미국은 역내 해군력 배치와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해 억지력을 유지하려는 기조를 지속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들은 자국 수출 항로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고,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도 간접적인 이해관계자로 분류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전면적 봉쇄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확인되지 않는다. 봉쇄 시도는 이란 자신에게도 경제적·군사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과 협상이 반복되는 양상을 상호 억지의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보도된 '항로 합의 임박' 등의 발언 역시 협상 국면에서의 압박 전술적 성격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이행 여부와 별개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발언 자체보다, 해협의 지리적 특수성과 법적 공백, 그리고 40년 가까이 축적된 위협-협상의 반복 패턴을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