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왜 공동항로가 필요했나 - 분쟁과 통행의 역사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 공동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은 단발성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이 해협은 지난 수십 년간 국제 에너지 안보와 지역 긴장이 교차해온 지점으로, 이번 합의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그 지정학적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가장 좁은 구간에서 약 33km에 불과하며, 이 중 선박이 실제로 항행 가능한 구간은 이보다 훨씬 좁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제 시장에서 이 좁은 수로가 갖는 전략적 비중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해협의 북쪽 영해는 이란이, 남쪽 영해는 오만이 관할하고 있다. 국제해양법상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통과통항권을 갖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각국이 설정한 항로와 관제 방식에 따라 통행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긴장 국면을 겪었다. 유조선 나포, 군사적 대치, 항행 안전에 대한 우려가 주기적으로 제기되면서 국제사회는 해협 통과 안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란과 오만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오만이 걸프 지역에서 비교적 중재자 역할을 해온 전례가 있다. 오만은 과거 이란과 서방 국가 간 긴장 국면에서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번 공동항로 논의 역시 이러한 양국 관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임시 공동항로 개설 등 단계적 추진에 합의했다'는 수준이며, 구체적인 항로의 범위, 운영 주체, 관제 방식, 시행 시점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이런 종류의 해상 통행 관련 합의는 실무 협의를 거쳐 세부 사항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원칙적 합의 발표 이후 실제 시행까지 간극이 존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 역시 후속 발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 합의가 '규제'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공동항로가 실제로 운영된다면 이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사와 보험업계, 그리고 이 항로를 이용하는 각국 정부에 실질적인 운항 조건 변화를 의미하게 된다. 시장은 이런 발표에 즉각 반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이행까지의 시차와 세부 조건의 불확실성은 별개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해상 보험료, 항로 운영비, 통과 절차 등은 세부 규정이 확정된 이후에야 구체적인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앞으로 살펴야 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항로의 물리적 범위와 관제 주체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둘째, '임시'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이 조치가 한시적인지 혹은 향후 상설화 논의로 이어질지. 셋째, 이란과 오만 외에 다른 걸프 연안국이나 국제기구가 이 논의에 참여하는지 여부다. 이런 세부 사항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이번 합의를 안전성 강화를 위한 원칙적 방향으로 이해하되, 구체적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