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 구동에 특화한 맞춤형 칩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구글이 10년 가까이 이어온 자체 반도체 전략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구글의 자체 칩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글은 2015년 내부용으로 첫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공개했다. 당시 목적은 명확했다. 검색, 번역 같은 자사 서비스의 머신러닝 연산을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TPU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성능을 높였고, 2018년부터는 클라우드 고객에게도 대여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이번에 알려진 제미나이 전용칩은 기존 TPU 라인과는 별개로, 병행 생산되는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력당 처리량이 기존 대비 최대 10배에 이를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이는 개발 목표치로 알려진 것이며, 실제 양산 단계에서 어느 정도 구현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보도 역시 이 칩이 TPU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 생산되는 구조라고 전하고 있어, 두 라인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AI 연산 비용 문제가 있다. 대형 언어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GPU 자원이 필요한데, 엔비디아 칩은 공급이 제한적이고 가격도 높다. 구글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가 각자 자체 칩 개발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독자적 선택이라기보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 재편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자체 칩 개발이 곧 외부 GPU 의존 탈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글은 여전히 엔비디아 GPU를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전용칩 역시 제미나이라는 특정 모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완전한 대체보다는 용도별 분산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구글의 반도체 전략은 '내부 필요 → 외부 공개 → 모델 특화'라는 단계를 밟아왔다. 첫 TPU가 내부 연산 효율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클라우드 TPU는 외부 고객 확보를 위한 것이었고, 이번 제미나이 전용칩은 자사 대표 모델의 경쟁력을 반도체 단에서부터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흐름이 실제로 어떤 성능과 비용 구조로 이어질지는, 구체적인 사양과 생산 일정이 공개된 이후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