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강진, 반복되는 재난 뒤에 놓인 지질학적 숙명과 제도의 역사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규모 7.4 지진으로 130명 이상의 사망이 보고됐으며, 구조 당국은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는 중이다. 이번 지진을 이해하려면 콜롬비아가 놓인 지질학적 위치와, 과거 대형 재난을 겪으며 정비해 온 대응 제도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태평양 지진대 안쪽에 위치한다. 나스카판, 카리브판, 남미판이 맞물리는 지점에 놓여 있어 지각 활동이 잦고, 이번과 같은 규모 7 안팎의 강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해 온 지역이다. 다만 이번 지진이 어느 단층대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는지, 여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공식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콜롬비아의 재난 대응 체계는 단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참사를 거치며 형성됐다. 1985년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로 아르메로 지역에서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은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 필요성을 촉발했고, 이후 국가재난위험관리단(UNGRD)의 전신에 해당하는 조직이 정비되기 시작했다. 1999년 킨디오 지역을 강타한 규모 6.2 지진(약 1200명 사망 추정)은 건축물 내진 기준을 다시 손보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이 지진 이후 콜롬비아는 내진설계기준(NSR)을 1998년, 2010년 두 차례 개정하며 신축 건물에 대한 구조 안전 요건을 강화했다.
다만 기준 강화가 기존 건물 전체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 주택과 저소득층 밀집 지역, 산악 경사지의 비정형 건축물은 여전히 내진 기준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지진 피해가 지역·계층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구조적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지진의 피해 지역과 건물 유형이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는 구조 작업이 진행되며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사망자 수와 피해 범위 모두 잠정치로 다뤄야 한다.
국제 구조 협력의 관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콜롬비아는 과거 대형 재난 시 인접국과 국제기구의 구조대 파견, 물자 지원을 받아온 이력이 있으며, 이번에도 유사한 협력 체계가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 지원 규모와 참여국은 아직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반복되는 지진 앞에서 콜롬비아 사회가 축적해 온 제도적 대응력과, 그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균등하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짚어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